일상 리뷰

소울다이닝: 파인다이닝?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

늘 초심자 2021. 12. 27. 22:37

크리스마스를 맞아 찾아 헤매다 찾은 곳이 바로 소울 다이닝이었습니다. 저도 처음이라 소울다이닝이 어떤 분위기인지 어느 정도 격식을 갖춘 곳인지 음식은 어떤지 궁금했습니다. 다녀온 후기를 통해 여러분들이 적절한 식당을 찾는데 도움받으시기 바랍니다.

 

 

가격적 포지션

소울다이닝은 2021년 12월 기준으로 저녁 코스 메뉴가 1인 12만 5천 원입니다. 파인 다이닝의 기준은 잘 모르겠으니 미슐랭 별 1개 이상으로 보겠습니다. 그 정도 레스토랑들은 1인 20만 원 정도 합니다. 소득주도 성장과 코로나로 인한 인플레이션에 힘입어 눈에 띄게 비싸졌습니다. 소울 다이닝은 가격으로 볼 때 파인 다이닝은 아니지만 파인 다이닝을 지향하는 레스토랑 아닐까 생각합니다.

 

 

음식을 넘어선 서비스들

아쉬운 점

파인다이닝을 지향하는 레스토랑으로 보이는 만큼 음식뿐만이 아니라 그 공간에서의 경험 역시 중요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느낀 부분들을 하나 씩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예약 후 빠른 시일 내 또는 예약 날짜가 가까워지는 시점에 보통 확인 전화가 옵니다. 예약 날짜나 인원수가 맞는지 알러지가 있거나 가리는 음식이 있는지 물어보죠. 하지만 소울 다이닝은 아무런 연락이 없었습니다.


보통 주문을 받을 때 또는 주문을 받기 전 미네랄워터뿐만 아니라 스파클링 워터도 준비해 두고 어떤 물을 원하는지 물어봅니다. 그러나 소울 다이닝은 그냥 주전자에 정체모를 물을 따라줍니다.


메인 메뉴에 한우 채끝과 양갈비가 나왔는데 고기 굽기 정도를 선택할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물티슈를 치워주실 때 아무 말 없이 갑자기 불쑥 등장해서 물티슈 및 다른 식기류를 수거해갔습니다. 처음에만 그랬고 이후에는 실례한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만 대화중에 조금 놀라 흐름이 끊기기도 해서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식탁에 흘린 소스

요리들을 만나고 식사하면서 본의 아니게 음식을 식탁에 흘리기도 하는데요. 오염이 심하지 않아서 그런지 전혀 닦아주는 모습은 없었습니다.


식사 시간이 무려 2시간 40분이나 걸렸습니다. 천천히 먹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데요. 코스요리 메뉴 사이의 텀이 너무 길어서 루즈해지는 것이 아쉽습니다.


마지막으로 착석하기 전에 외투를 받아주시는데요. 식사를 끝내고 일어날 때는 챙겨주시지 않았습니다. 다행히 외투가 걸려있는 곳이 쉽게 눈에 띄는 곳이라 별다른 불편함은 없었습니다.


앞서 단점들만 먼저 나열해봤는데요. 파인 다이닝에서 신경 쓰는 부분들과 비교하면 살짝 아쉬운 부분들입니다. 모든 것들은 장단점이 있지요. 장점도 충분히 있습니다. 다음은 장점들입니다.


좋았던 점

느낌이 좋은 냅킨

냅킨이 착 감깁니다. 보통 뻣뻣한 흰색 냅킨을 많이 쓰는데 조금 움직이면 어느새 바닥으로 휙 떨어져 버립니다. 이 냅킨은 아주 안정적으로 편안하게 감싸주고 촉감도 부드럽습니다.

 

메뉴판을 조그맣게 만들어서 식사 중에도 지속적으로 살펴볼 수 있도록 병풍 형태로 접어서 세워주십니다.


메뉴 하나하나 나올 때마다 상세하게 설명해주시는 부분이 좋았습니다.

인테리어가 훌륭하다.

곳곳에 포인트가 있는 인테리어들이 세련된 느낌을 줍니다. 테두리에 간접등도 좋은 분위기를 형성합니다. 이 정도로 예쁘고 좋은 인상을 심어준 레스토랑은 많지 않았습니다.


순서대로 살펴보자

메뉴가 나오기 전

약간은 외진 곳에 위치한 만큼 스마트폰으로 지도를 잘 살펴보면서 가시기 바랍니다. 저는 택시를 이용해 근처에 내렸는데요. 자가용을 끌고 오실 경우 전화 문의에 따르면 너무 큰 차(팰리세이드 이상)는 주차가 힘들고 너무 낮은 차(스포츠카) 또한 주차가 어렵다고 합니다. 큰 차는 공간적이 제약 때문에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낮은 차의 주차가 힘든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막상 도착하니 제네시스 GV80이 우람하게 주차되어 있었습니다. 팰리세이드와 GV80은 크기가 거의 비슷한 차라서 머릿속에 물음표가 남아있습니다만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소울 다이닝은 지하에 있습니다. 엘리베이터는 없어 살짝 불편합니다. 천천히 내려가면 오징어 게임이 생각나는 세모 동그라미를 이용한 '소울'을 형상화 한 간판이 보입니다. 입구의 조명 색온도, 밝기가 아주 부드럽고 따듯한 곳이라는 느낌을 풍겼습니다. 아치형의 통로형 입구에는 예쁜 장식들도 있어 고급스러운 분위기도 놓치지 않았습니다.

깔끔하고 예쁜 테이블 세팅

테이블 세팅도 좋았습니다. 아기자기하고 예쁘고 깔끔한 느낌의 식기들, 냅킨도 신경 쓴 듯 가지런히 놓여있습니다.

메뉴판

메뉴판입니다. 처음에는 왜 이렇게 작게 만들었나 싶었습니다. 그냥 귀엽네 하고 넘어갔는데 나중에 그 용도가 밝혀집니다.

천일홍 말린 꽃

가벼운 꽃꽂이도 잊지 않았습니다. 꽃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데 구글이 다 찾아줍니다. 이미지 검색으로 어렵게 찾은 결과 천일홍이라는 꽃이었네요. 꽃말은 변치 않는 사랑. 말린 꽃으로 비용절감을 한 느낌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생화가 더 좋긴 하네요.

맥주와 잔

술에 대한 조예도 깊지 않은데 와인 페어링은 금전적 부담이 조금 있어서 맥주를 주문했습니다. 시원함이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어떤 맥주를 주문했더라도 기분 좋게 마실 수 있을 정도로 그 시원함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병풍 같이 세워놓은 메뉴판

갑자기 메뉴판을 가져가시더니 막 접기 시작하셨습니다. 그러더니 병풍처럼 딱 세워주시는데 코스의 어디쯤 왔는지 다음 메뉴는 무엇인지 파악하기에 참 좋았습니다.

홀의 가운데

홀의 빈 공간을 이렇게 장식인 듯 실제로 활용도 하는 공간으로 만든 부분은 좋았습니다. 예쁘기도 하고 깨끗하게 관리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훌륭한 인테리어

벽에 걸려있는 미술작품들입니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나름 괜찮습니다. 앉았을 때 어깨쯤 높이에 간접조명을 이용해 은은한 분위기를 연출했습니다.


꽃화채(첫 번째 메뉴)

꽃화채

상큼 새콤한 것이 침샘을 자극하는 맛입니다. 둥둥 떠있는 듯 잎사귀들은 향이 불편한 것도 있었습니다만 크게 신경 쓰이지는 않았습니다. 침샘 공략은 확실히 성공했지만 맛있었는지, 그래서 만족스러웠는지 묻는다면 그렇지는 않았다고 대답하고 싶네요. 당시 아내는 맛있었다고 표현했으니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메뉴라 생각합니다.


들기름 Foam은 수란

들기름 Foam은 수란

란, 들기름 거품, 유자소스, 아스파라거스가 조화로웠던 메뉴입니다. 평소 들기름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요. 여기 들어간 들기름 거품은 향만 입힌 느낌으로 살짝만 들어간 점이 좋았습니다. 비린맛이 날 수도 있는 수란을 잘 커버해줄 뿐만 아니라 유자소스의 단조로울 수도 있는 맛을 한층 더 풍부한 맛으로 느끼게 해 줍니다. 상당히 조화롭고 맛있었습니다.


놋담 커트러리

놋담 커트러리

한식에 잘 어울리고 정갈하며 고급스럽습니다. 약간 슬림하게 디자인해서 너무 무거운 느낌도 없었고 손이 배기거나 불편한 느낌도 없었습니다. 부모님께 이 브랜드 수저세트 사드리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광고 아닙니다.


미세스김전복

미세스김전복

김과 전복이 주가 되는 메뉴입니다 왜 미세스 인지는 잘 모르겠네요. 오른쪽의 파도 모양으로 발려있는 것이 김가루 치즈입니다. 이게 묘하게 맛있습니다. 전복은 식김으로 먹는 음식임에도 이 김가루치즈의 맛에 덮여 기억도 나지 않습니다. 꼭 흰색 목이버섯 이어야 할 이유는 못 찾은 느낌이지만 전복, 치즈와의 조화는 나쁘지 않습니다. 전반적으로 간이 절제된 느낌이 아니라 강조된 느낌이라 고급 레스토랑이라고 하기에는 살짝 자극적인 맛의 느낌이 납니다. 그러나 맛있는 것을 어떡합니까. 맛있었습니다.


감칠맛을 새우다

감칠맛을 새우다

감칠맛을 위주로 재료들을 편성해 감칠맛에 감칠맛을 더했다는 메뉴입니다. 저민 새우 위에 간장소스 같은 젤리층이 있고 마늘쫑이 여기저기 흩어져 섞여 있습니다. 위에는 금박으로 마무리 한 캐비어도 있지요. 감칠맛뿐만 아니라 단맛 짠맛도 강해서 아쉬움이 있습니다. 캐비어가 있다면 새우는 조금 맛을 약하게 했어도 좋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결국 맛있긴 했습니다.
아 저기 둘레에 동글동글하게 장식되어 있는 녀석은 고수 씨앗입니다. 깨물어 먹으면 고수 향이 확 올라옵니다. 고수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요즘 시도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중이라 걷어내지 않고 맛봤는데요. 향이 아주 강하지는 않아서 견딜만했지만 꼭 있어야 하는 재료였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아직은 고수는 입문 단계라 평가하기는 어려울 듯합니다.


꽃갈비 만두 / 감자전

왼 꽃갈비만두/ 오 감자전

한 입 베어 물면 익숙한 갈비만두 향이 퍼집니다. 그래도 좀 더 고급스러운 향이 나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평범합니다. 게다가 만두피가 두꺼워서 전체적인 맛이 뭔가 애매합니다. 하지만 국물처럼 깔려있는 치즈 소스가 달큼하면서 자극적이고 맛있습니다. 잘 어울리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소스가 좋았습니다. 소스는 끝까지 긁어먹었습니다.

 

감자전은 그냥 감자전 맛인데 맛있긴 합니다. 저는 한 두 입만 먹어서 그리 기억이 선명하지 않네요.


생선구이와 미나리장

생선구이와 미나리장

유럽산 농어를 구워 미나리장을 곁들인 요리입니다. 소스가 새콤하고 맛있는데 생선과 어울리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생선 껍질이 바삭하게 잘 익혀져 좋았습니다. 같이 나온 채소는 생소한 식물인데 개인적으로 거부감이 드는 향입니다. 흔히 접하기는 힘든 향이라 처음 접하시는 분들은 어떨지 모르겠네요.


양갈비 / 한우 채끝 (메인)

양갈비

양 특유의 향이 살짝 나는 것이 좋았습니다. 양고기는 본래 냄새가 많이 나서 냄새를 잘 잡는 것이 요리를 잘하는 것으로 이야기되곤 합니다. 그런데 양고기 냄새를 너무나도 잘 잡아버려서 그냥 향 자체가 거의 나지 않는 경우도 간혹 있습니다. 소도 소의 향이 있듯이 양고기도 잡내만 잡아내고 특유의 향은 살짝 살아있는 편이 개인적인 취향입니다. 그런 면에서 양갈비는 만족스러웠습니다. 고기 밑에 깔려 나온 밥이 간이 조금 강하게 되어있는데 그래서인지 맛있습니다. 오른편에 있는 초록색 소스인 고추 무스가 매력적인 맛입니다. 밥의 간이 강한 반면 소스가 달거나 짜지 않고 적절하게 향을 입혀줘서 잘 어울렸습니다. 오른편 아래에 트러플 전복이 위치하고 있습니다. 뻔하긴 한데 맛있습니다.


한우 채끝은 그냥 무난한 맛입니다. 반찬들이 김치대신 사과 절임인데 차마 김치를 내놓을 순 없어서 만든느낌이 듭니다. 억측이긴 하지만 음식을 맛보며 이런 생각을 했다는 것 자체가 음식에 몰입하지 못해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한우채끝은 3만 원을 추가해야 하지만 저는 양갈비가 더 좋았습니다.


소울 후식 국수

왼 소울 후식 국수 / 오 먹다 찍은 백김치

된장 베이스 국물, 파스타 면 , 차돌, 팽이버섯을 불에 그을려 올렸습니다. 마지막에 식탁에서 음식설명과 함께 쑥갓 오일로 마무리해주십니다. 매우 기름진 맛입니다. 된장 향은 느껴지지 않고 나름 특색이 있는 것 같지만 개인적으로는 좋은 평가를 하기는 힘듭니다. 기름진 차돌박이에 기름진 국물에 쑥갓 오일까지 시작부터 끝까지 오일리한 풍미여서 한 두 젓가락 만에 질리는 맛입니다. 저는 꾸준히 다 먹었지만 아내는 조금 맛보고 남겼습니다. 백김치가 피클 국물같이 식초 국물에 저려져 중간중간 상쾌한 맛을 잠깐 씩 던져 줘서 그나마 먹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남산 트러플 빙수

남산 트러플 빙수

파인 다이닝에 가면 요리는 달라져도 매번 만나는 것이 트러플입니다. 여긴 왜 없나 했더니 디저트에서 갑자기 등장합니다.(아 아까 전복구이에 나왔었네요.) 사실은 트러플 향이 유행하면서 마트에 감자칩으로도 나오고 합성 트러플 오일도 양산되고 식상해지기도 했습니다. 눈꽃빙수에 트러플이라고?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었습니다. 그렇게 회의적인 마음으로 한 숟갈 씩 먹는데 상상했던 것보다 우유 베이스의 눈꽃빙수와의 조화가 상당히 좋았습니다. 만족스럽게 싹싹 긁어먹었네요.


가을밤의 date

가을밤의 date

어떤 재료로 만들었는지 소개해 주셨는데 기억이 가물가물 합니다. 중요한 것은 과하게 달지 않고 절제한 느낌으로 딱 좋았습니다. 여태 맛봤던 디저트 중에서는 만족도가 높은 편입니다.


꼬두람이

꼬두람이

꼬두람이는 마지막이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생긴 건 마치 생일 케이크 위에 놓인 식용 장미 같은 낌이었는데 먹어보니 마지막에 걸맞게 산뜻한 맛이었습니다. 맛이 과하지 않고 마무리하기에 좋았습니다. 한 참 먹다가 찍은 사진이라고는 이것뿐이네요.


화장실

화장실

남자 화장실은 깔끔하고 좋습니다. 다만 소변을 보는 중 다른 사람이 벌컥 문을 열면 볼일 보는 사람의 옆모습이 문 밖에 공개되는 구조라 난감합니다. 그리고 화장실을 누군가 이용 중이라면 다음 사람이 진입하지 않도록 직원분들이 안내했다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이전의 다른 레스토랑에서는 그렇게 쾌적하게 안내를 받아서 당황스러운 일을 겪지 않았던 기억이 있습니다.